나의 이야기

나는 나는 시인 이랍니다 (두 번째 대구에서)

고향대구 2025. 11. 2. 05:02



두 번째 시집

1. 음력 칠월 초하루
20250823

윤 유월 지나가고
음력 칠월 초하루

달도 없이 어두운 밤
금호강 맑은 물에
가로등 불빛만 일렁이며
깊어가는 여름밤

가만히 귀 기울여 듣노라니
풀벌레 울음소리

아직 여름이 남았나
처서 절기에도
식지 않는 밤
선선해야 노래도
잘 나오지

찌르르 찌르르

밤하늘 맑아
별도 잘 보일 듯한데

딱 정수리만큼만
별들이 반짝인다

나 ,
별 사랑하는 것 알지
저기,
저 별은 누구의 별인가요


2. 버스킹 20250823

다리밑
가까운데
민요풍 노래가
흥겹게 들려온다

버스킹 가수가
민요 하시는 그분을
모시고 왔나 보다
여러 가지 민요를
반주에 맞춰
열창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나도 아는 체 아니하고
떨어져 앉았다

민요 일 년 배웠는데
내실력은 어느 정도
되는지
마음으로는
저분만큼 부를 것도
같은데 어림없겠지
저분은 오래오래 했을 거야



3. 도동   20250822


갓난쟁이
기억 속에 없어도
내가 태어난 곳은
도동이란다

은퇴하여
내려온 곳이
지척이다

회귀본능인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왔음인가

날마다 뇌리에
속삭인다
도동,
도동이란다

4. 멍 때리기.  20250822

멍하니 가만히 있어보자
눈은 반쯤 닫고
귀는 반만 열고
미동도 하지 말고

숨은 쉬어야겠지
물도 마셔야겠지
소리 내면 탈락
졸아도 안됨
크게 움직여도 탈락

몸이 멍 때리기를
허락하지 않네
생각이 끼어들고
하품도 추월하고

멍 때리기 연습으로
머리를 맑게 하려는데
강물에 박힌 기둥은
멍 때리기 선수인가 봐


5. 벤치가 긴 까닭 20250822

공원 벤치
모르는 사람끼리는
같이 앉지 않네

두 사람 세 사람
네 사람 까지는
앉겠네

나른하여 누워보니
긴 까닭을 알겠네

6. 꿈의 시간. 20250821

모기가 귓전을 앵~
불 켜고도 못 잡고
달아나버린 밤 잠

그 잠을 쫓아
벤치에 드러누워
5분 10분
시간 넉넉 여유롭다

오래 잔 것 같아
벌떡 일어났다

그 짧은 찰나에
꿈은 어디까지
다녀왔는지

그리운 고향땅에
와서도
그리운 마음은
어제 같구나


7. 허물
고향대구 2025. 8. 21. 10:19
허물

매미만
허물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게도
몇 가지 허물이
있습니다

매미는
나무에다 허물을
벗어놓고
한 여름을 노래합니다

인간의 허물은
벗고 버리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털어내는 것도 아니고
씻어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서
허물을 못 벗어내고
사는가 봅니다

매미야
너는 허물을 벗고
모든 죄를 사하였느냐
즐거이 노래만 부르나

8. 여름은 청춘이다 20250820

강물도 여름이면
녹색 푸르름을 받아
젊게 흐르는 청춘이다

햇살이 아무리 뜨거워도
청춘은 더 푸르다
나무에도 풀잎도
산야의 초목들이
한 잎 떨구지 아니하고
푸르름을 자랑한다

사람의 여름도
한 잎 떨구지 아니하고
가을 까지는
푸르게 푸르게
흘러가라

이토록 왕성한
여름 속에서
한가함을 즐기느라
청춘에 머무르는
이 기쁨을 노래하라

9. 더워요
고향대구 2025. 8. 20. 10:21

더워요 / 풀꽃농부

그늘까지 오는 동안
땡볕 속을 걸어와야 했어요
발도 뜨겁고
온몸에서 땀이 났어요

그늘이 시원한 것은
땡볕이 더워서 시원한 것이지
햇볕이 따뜻할 때는
그늘이 추운 법 이잖아요

지금 편안하다면
고생한 어제가 있었거나
지금 행복하다면
불행한 지난날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살아야 합니다
삶의 오르막을 끝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나중에 끝이날 때
시원하게 눈감을 수 있도록
오늘을 뜨겁게 살아요

10. 금호강의 윤슬
고향대구 2025. 8. 19. 20:51
금호강의 윤슬

물빛 보석처럼
반짝인다

비낀 오후 햇살 받아
춤추는 물결 위에
은하수를 뿌린다

별빛 반짝이는
밤하늘의 항로처럼
인생길 아득해도
외롭지 않으리

11. 운명이라고 하지 마

고향대구 2025. 8. 20. 10:07

운명이라고 하지 마
그런 건 없어
 
때가 되어 살아난 거지
언젠가는 죽는 것처럼
 
운명이라고 하지 마
너와 나는 선택한 거야
언제든지 헤어질 수도
있는 것처럼
 
운명이라고 하지 마
우리가 걸어온 길을
다 지나간 발자국인데
운명은 뒤에 있는 것이
아니잖아
 
앞에 있는 것이
운명이라면
뒤로 뒤로
보내버리자
 
우리는
언제라도
운명보다
앞에 있으면 될 거야
 
운명도 우릴
어쩌지 못해

12. 구름바다

고향대구 2025. 8. 19. 11:52


구름바다/풀꽃농부


바다에 갈까
하늘 같은 바다에
흰 돛단배 같은
구름이 흘러간다

나도야
이 자유로운 바람에
꿈처럼 날아간다
몸은 가벼워
창공에 떠있고
마음은 구름 따라간다
어딘들 못 가리

13. 낮잠
고향대구 2025. 8. 19. 11:03
낮잠

다리 밑 그늘에 앉아
시원한 바람 쏘이니
잠이 솔솔 오네
늘어지게 한 잠
자고 싶다

몸과 마음이
기분 좋은 순간이다
바람이 옷을 펄럭인다

눕고 싶다
길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아무도 없다

차소리 매미소리
요란해도

5분만 자자
5분만


14. 육신과 정신
고향대구 2025. 8. 19. 10:56
육신과 정신

살아있으니
육체와 마음이
같이 있고

죽으면
육체는 흙으로
마음은 공중으로
흩어지고 말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
숨 쉬고 피가 돌아
몸을 움직이니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할까
육체가 안 하겠다고 할까

내 인생
내 마음대로
하자하고
몸은 몸이 원하는 대로
하자는데
둘이 서로 동의를
꾹 누르면 되지 않을까

가고 싶은 곳 가고
먹고 싶은 것 먹으며 살지
그뿐입니까

15. 감사의 기도
고향대구 2025. 8. 19. 09:11
감사의 기도

음식 앞에서
감사의 기도를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삼일을 굶었을 때도
마주한 음식 앞에서
눈물만 핑 돌았고요

쿠쿠가 밥을 짓는 동안
파, 호박, 당근 썰고
멸치 몇 마리 된장 풀고
서툰 솜씨로
된장찌개 끓이고
남은 두부 전 부치고
콩나물 삶아서 무치고
한 시간 땀 흘리며
차린 아침상 앞에
앉았습니다

아내가 매일 차려준
아침상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네요
....
매일매일 상 차려준
아내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고맙습니다

16. 감나무골
고향대구 2025. 8. 18. 11:56
감나무골

감나무골
예전부터 들어본 마을이름

불로동
마을에도 감나무가
많다

내가 태어났다는
도동집 마당에는
감 1만 개나 땄다는
감나무가 있었단다
100개 한 접을
백접을 땄다 하니
어마어마하게 많이
열렸고 크기도
엄청 컸으리라 상상이 된다

불로동
골목골목 푸르른 감나무
가을이 되면
참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겠구나

17. 배고픈 비둘기
고향대구 2025. 8. 18. 11:12
배고픈 비둘기

비둘기들이
다리 밑 난간에
힘없는 날개
움츠리고 있다

행여나
먹이를 뿌려주지 않을까
애타게 기다리는 듯

벤치에서 오래 쳐다보아도
근처에 내려오지 않는다

얘들아!
쉬운 먹이는 없단다
부지런히
찾아서 다녀보렴

강물도 제 알아서
흐르고
수양버들도
제 스스로 뿌리내린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니
그러니
얘들아
열심히 노력하며
먹을 것을 찾아보렴!


18. 흰둥이
고향대구 2025. 8. 18. 08:37


흰둥이 이름은
메리였다

농장에 처음 들어온
강아지는 순하고
이뻐서 꽃순이라고
불렀다

메리는 꽃순이의
후손이다

꽃순이가 새끼를 낳아
식구가 많아서
다른 집에 보냈으나
일주일 만에 새 주인을
위협하고 탈출해서
돌아왔는데
그때의 교감 이란...!

세월이 흘러
메리도 어느 날 새끼를
낳았다
딱 한 마리를

새끼 강아지는
두 눈에 안경테 무늬가 뚜렷해서
안경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부터
새끼 안경이란 놈이
어미에게 달려들고
머리를 누르면서 으르렁
거리는 것이었다
덩치도 어미보다 작으면서
불효막심도 유분수지
어미를 잡아먹을 듯 하니
사람이 보기에 기가 막힌다

그럴 때마다
어미는 새끼의 앞발에
눌린 채로 가만히
아주 얌전히 처분만
기다리는 것이다

자식새끼가 대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될까
흰둥이는 그렇게
나에게 한 가지 교훈을
주었다

19. 금호강의 잔물결
고향대구 2025. 8. 16. 14:08
금호강의 잔물결

낮달이 지고 없는 하늘에
구름이 바람을
이고 와서 강 위에
풀어놓으니
강바람에
금호강 잔물결이 춤을 춘다

구름도 신이 나서
빠른 템포로 바람을
훅훅 불어주니
버스킹 가수의 노랫소리도
쿵쾅쿵쾅
신나는 박자로 간다

금호강 춤물결은
동촌으로 이어가고
물길은 조야로 흘러간다

매미도 덩달아
이 즐거운 여름
신나는 함창이다

금호강 일렁이는 물결에
시원한 바람
끝없이 밀려온다

그대 향한 그리움처럼




20. 고추잠자리의 신혼여행
고향대구 2025. 8. 16. 09:19
고추잠자리의 신혼여행

신혼부부 한쌍이
한 몸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앞이 신랑이고
뒤에는 신부
신랑은 조종사
신부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지
신랑 가자는 대로
가는지
해외여행은
무리라

강변을 지나고
수풀도 지나고
다리밑을 지나서
마을길도 돌아서
석류알 익어가는
나무에도 쉬어보고

고추잠자리의
신나고 재미나고
즐거운 신혼여행
21.  그대의 눈물
고향대구 2025. 8. 15. 16:11
그대의 눈물


이야기하던 중
아픈 기억 쏟아졌다
순식간에 붉어진 얼굴
솟구치는 눈물

사람이 살다가
기막힌 사연 한 둘쯤은
지니고 살지
차마 다행히 잊고 살았는데

무슨 인연인지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만 했나

웃고 살 수 있는 힘을
받았으니 웃고 살지

그대의 눈물은
누군가를 위한
눈물 이라네

울 수 있는 마음 또한
신이 주신
고귀한 선물이라네
22. 때때
고향대구 2025. 8. 15. 15:28
때때/풀꽃농부

때때때때...
더운 여름 풀숲에
메뚜기 날아가면서
내는 소리
때때 때때 때때.,

때때는 방아깨비 수컷
방아깨비 암컷은
홍굴레라고 불렀고
수컷은 때때라고 불렀다

홍굴레는 때때를 업고 다니고
때때는 홍굴레 등에 올라타고 다닌다
때때가 몸집이 작고
업혀 다녀서
새끼인 줄 알았는데
작지만 신랑각시란다


23. 소나무
고향대구 2025. 8. 14. 11:29
소나무

오래 사는 소나무
변함이 없네
소나무 잎이 가늘어도
그늘은 두텁네

솔잎사이 바람소리
쏴아 쏴아
수천 갈래 지나는 소리

구름인들 부러우랴
소나무의 푸르름이여

가고 아니 오는 세월
그대만은
아쉬워하지 않으리라
24. 시간 자유
고향대구 2025. 8. 14. 05:03
시간 자유

시간으로부터
자유를 찾았다

일 때문에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곳
놀기 좋은 곳도
시간에 꽁꽁 묶였어

간절히 간절히도
소망하던
그 자유라는
큰 선물을
나한테도 주실줄이야!

그런데 이게 뭐꼬!

가고 싶은 곳도 없고
니캉내캉 어울릴
사람도 없네

시간만 있지
세월 따라 떠나간
꿈을 찾아
기나긴 밤,
잠 못 들고 애태노라


25. 비둘기
고향대구 2025. 8. 12. 08:45
비둘기

평화의 상징
비둘기

며칠 전 흩뿌려진
쌀알을 쪼아 먹던 비둘기
살이 통통하게 쪘네

오늘은 쌀알이
한 톨도 없네

빨간 발 아장아장
이리저리 살펴도
한 톨도 안 보이네

고픈 배를 어이하리
'쌀알 좀 뿌려줘
배고파 죽겠네'

두 눈 깜빡이며
사람 곁에
한 발짝 다가서 보지만
먹을 것은 안 주고
휴대폰만 만지고 있네

26. 예초
고향대구 2025. 8. 11. 09:32
예초

공원 녹지에
무릎까지 자란 풀
이쁘게 이발하듯
예초작업 아저씨들

온몸 안전장비
입고 쓰고 신고
윙윙대는 엔진소리
쓰러진 풀내음
바람결에 스며드네

한 발 한 발
따가운 햇살 속에
전진 또 전진
강변십리길을
몇 날 며칠 더듬을까

땀범벅 예초작업
잠시라도 쉬어봐요

훤해진 뒷머리
하늘에 비춰 보면
한결 젊어진 기분
들지 않으세요

맞다!
이 가을!
나도
벌초하러 가야겠어요

27. 탱자나무
고향대구 2025. 8. 8. 11:41
탱자나무

탱자나무 울타리에
녹색탱자 열려있네

노랗게 익으면
그 새콤한 맛
생각만 해도 침이 솟네

무태 갈 때 사과 과수원
탱자나무 울타리에
매미가 벗어놓은
신기한 옷을 봤지
한 번 벗으면
다시는 입지 못하는 옷
눈도 있고
다리도 있는
매미의 허물

나도 허물을 벗고 싶다
다시 완전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28. 금계국
고향대구 2025. 8. 7. 20:08
금계국

청순 발랄한
마을 아가씨
춤추러 갈 때
입는 옷 같아요

화사하고
밝은 미소
생기 넘치는 표정은
꽃보다 백배는
아름다워요

유리구두 벗어놓고
꽃 속에 숨은 아가씨
왕자님은 애가 타겠네요


29. 물빛
고향대구 2025. 8. 7. 11:19
물빛

흐르는 강물에
비추인 물빛 윤슬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있다

기억마저 닫고
훌쩍 떠나온 마음이
애절하거나
후련하거나
그런 것보다
가슴 깊은 곳에
에이는 아픔이 있다

언젠가는
낫겠지
세월이 약이라고

그래서 매미는
소리쳐 울어댄다
대신 울어댄다

30. 개미
고향대구 2025. 8. 5. 10:41
개미

벤치 주위에 개미들이
줄지어 움직인다
나름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발이 많으니 그렇겠지

개미 많은 곳을 피해
자리를 옮긴다
물리지는 않겠지만
밟힐까 봐

개미도 먹고사는 일에
열중이다
나는 지금
무엇에 골몰해 있나

다리밑으로 흘러가는 물
울창한 수풀에 노랫소리
웅웅대며 달려가는
자동차소리
숨 가쁜데

한가한
노인하나
벤치에서 무릎 쉬고 있네

31. 도둑질한 돈
고향대구 2025. 8. 4. 10:01
도둑질한 돈

훔치거나
뺏지 않은 돈

자기돈이 아닌데도
제 맘대로 쓰는 돈

여기에도 도둑질한
돈이 있으니
전 국민 공짜돈
주는 놈이 도둑인가
받아 쓰는 놈이 도둑인가

언제부턴가
사기공화국 이더니
공짜가 판을 친다
괴물에게서 괴물이
탄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32. 방충망
고향대구 2025. 8. 4. 09:41
방충망

방충망에 노란 벌
한 마리 철석 붙었다
그리고는
엉금엉금기어 올라간다
방충망이 눈에 안 보였던가
곧장 날아들다 놀랐나 보다

우리 방공망에도
벌 한 마리 달려들지 못하도록
연신 훈련비행 소리 바삐 들린다

저 방충망이 없었더라면
저 벌이란 놈이
집안으로 침투하여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육해공군이
밤낮으로 방충망구실을
못한다면
벌떼들이 침투하여
아수라장을 만들 것 같다

방충망 틈이 벌어졌다
모기란 놈이 한두 마리
들어왔다
간밤에 발등에 침을
놓았는데 가려워서
잠 못 자고
밝은 LED 등을 켜고서도
어디로 숨었는지

안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줄 모른다

33. 시력
고향대구 2025. 7. 28. 12:32
시력

시력도 나이를
속일 수가 없다

안과
안경처방
백내장 초기증상

안경점 거울 안에
낯선 노인네
안경 쓰고 나를 보네
어색한 시선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다운데
돋보기로
봐야 보인다니

돋보기 없으면
어찌하리
작은 일은 두고
큰일만 해야지

자잘한 일상은
잊어버리자고
시력도 약한데

34. 날개
고향대구 2025. 7. 23. 18:57
날개


대구공항 내리려는
비행기 한 대
나지막이
고도를 낮추어간다

금호강
위로 나는 새는
두나래 높이 떠서
여유롭다

뜨거운 태양은
검단산을 훌쩍 지나
그늘 길게 드리우니
더위 지친 초목은
한숨 돌리고
저녁 바람은
금호강 다리 밑으로
지나간다

이 한순간이
지나가면
풀잎에 앉은 나비도
곤한 잠에 빠지고
허물 벗은 매미는
내일 낮에는
울어대겠지

35. 산책하는 부부
고향대구 2025. 7. 22. 06:00
산책하는 부부

이른 아침 같은
새벽
창문을 내다보니

부부가 걷기 운동
다정히도 걸어가네

은퇴한 부부일 거야

은퇴하면
밥도 하고
빨래도 할게!
집 청소도 내가 하고...
그런 말을 했었는데

아내만 현역 복무 중

몸이 성한 한은
현역에 있으라고
건강에 좋다고
누가 그랬던가

부모님 늙으시면
"이젠 제발
편히 쉬세요!"는
옛날 말이 되었네

산책하는 부부는
정말 행복해 보여
아름다운 장면을
시 한 편에
고이 저장할 거야




36. 비 오는 검단
고향대구 2025. 7. 18. 22:56
비 오는 검단

열네 살 오빠
열 살 동생

검단 나루터에
배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다가

쏟아지는 비 맞으며
공사 중인 고속도로
검단대교를
용감하게도 뛰어갔다

강 건너 불로동에
엄마는 보리밥
꼭꼭 퍼서 한 사발씩
먹여주셨다

그리운 엄마의
사랑
보리밥은 눈물보다
맛있었다

그때
엄마 나이보다
훨씬 늙어진 오빠는
어제, 엄마 계시던 그곳에
방을 얻었다

그리고
비 오는 밤
오빠는
시인이 되어
그날로 돌아가고 있다


(((건강수면시간))))

아직 어두운 새벽에
잠을 깼다
깊은 꿈속을 헤매다
몇 시쯤 되었을까

충분히 잤나
더 자야 하나

건강 수면시간을
채우면 좋으련만
잠자는 것
그것조차도
조절이 안되누나

대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더냐
♡♡♡♡♡♡♡♡♡♡♡♡
37. 기성시인 250825

작은 도서관에서
기성시인의 시집
한 권을 끝까지 보았다

저녁에
내가 쓴 시를
필사하면서
풋내가 심하게 나서
쓰레기통에 버릴까 했다

내가 무슨 시를 쓴다고
일기장이나 쓰면
모를까

저녁 산책길
시원하던 바람 멎고
먼 하늘 별마저
외로워 보이네

시인이 되겠다고
건방지게 티 내지 마라
웃음거리 될지언정




38. 탈피 250826

억울한 심정으로
오기가 생겼다

어제의 그 책을 다시
꺼내왔다
음미하면서 두 시간 반이나
읽은 책을 사십오 분 만에
다 보았다
시집이니까


다른 시집 한 권 빼들었다
등단 시 백인의 한국시 백 년이다
시들이 왜 그리 긴지
어렵게 써야 등단하는지
이해 못 할 시어들이 졸리기만
하여 몸을 배배 꼬며 엎드려 자는 척도 하며
겨우 안개라는 시까지 보고
책을 덮었다

내 풋내 나는 시를
쓰레기통에 버릴까요
아니 삭제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풋내 나는 것도
씹어볼 맛은 있을 거다
떫은맛이든 신맛이든
맛은 나겠지

무슨 맛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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