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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짓다

매원농장 2024. 7. 27. 06:49

시를 짓는 곳

시는 머리에서
손끝으로 나와

천지인 자판 통해
글로 나타나

내 마음 담겨있다

2407270625
여기 앉아 시를 쓴다
어제 깎은 잔디에
비가 조금 왔다

장화 신은 걸음에
메뚜기들이 젖은 채
뛰어본다
나 여기 살아 있다면서
어제 예초기 칼날에
전사한 메뚜기

오늘은 이슬 아닌 비에 젖은
잔디 마르기 기다려
잔디 아닌 것의
살생 심판의
제초제를 내려칠 차례다

바람 타고 날아와서
한 개의 씨앗이
뿌리내리고 잎을 키워
열매를 맺어
수많은 씨앗이 되고
해마다 널리 퍼져서
잡초가 우거지니

서로 물고 뜯고
아귀다툼 속에
하늘의 심판이 내려
선한 자는 살아남고
악한 자는 지옥불에
타서 사라지리라

낙양성 십리하에
누가 무슨 말을 하고
살다가 갔을까

왕릉이고 불로동 고분군
천년이 지나도록
간직하니 그 무덤이
크고 아름다움이라

이제는 한 줌의
재가되어
고추장 조그만 그릇이
되어 덩그러니
누가 오기만 기다리는
하염없는 세월 동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산소
무덤 봉분 앞에
하늘은 구름에
바다가 되어
파도 밀리듯 가네
바람은 시원하여
가을바람 같은
이른 아침

살아있는 나
먼저 살다 먼저 가신 님
무슨 말이 필요할까
웃음 한 번
눈물 한 방울 이면
오늘 마음 다함이로다

오래된 망두석
작은 비석이
비스듬히 서있고
간혹 보내오는
시원한 바람에
그렁그렁 하던 눈물
떨어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