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참외를 깎아 먹으며
옛 생각을 해본다
열일곱 살 바다를 보겠다고
포항까지 가느라고
이틀 삼일 걸어가며
배고픔에
안강쯤에서
개똥참외 따먹고
마을 애들 둘 한테 붙들려
아니 따먹었다고
입 벌려 보여주고
나이 들어 장가가서
저 멀리 시흥땅
처가에 갔더니
장인어른이
큼직하고 노란 참외
먹으라고 서너 개나
주시네
사촌 동생이
어쩌다가 성주에서
참외농사를 짓는데
택배로 부쳐와 날마다
깎아 먹을 적에
참외가 피부가 좋아지고
혈액순환에도 좋다면서
많이 많이 먹으란다
저녁 먹고 참외 한 개
깎아 먹으면서 티브이
보노라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