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그리고 서시
천영미
걸어 온 길들이 막연하다
손바닥에 깊게 나뉘어진 줄
걸어온 길들이 배어 있다
길 위에 서서
내가 걸은 길들을 들여다 보고있다
더러는 힘들었어
더러는 행복했고
더러는 슬펐고
그리고 후회하지 않았지
과묵할만큼 관대한 위안을
스스로에게 한다
점멸하는 신호등 앞에
서있다보면
건너 갈 것인지
멈출것인지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들
돌아 보면 막연했던 길들
이제서야 선명해지는 길
序詩 서시
길위에 노을은
홍염 앓던 붉은 화기를
덜어 놓는 순간이다
가마속 뜨거운 온도속을 헤집고
뜨겁게 달구어 구어진
장식용 명품 도자기같은 삶만
놓여 있는게 아니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우리 삶속에 그대로
지붕이 되고 장을 담는 그릇
질그릇 같은 삶
다가올 또 하나의 내 미래
호흡을 순하게 고른다
맛있는 삶을 마련해
작은 방 군불 하나 지피우고
소박한 질그릇에 감을 내어 먹듯
노을 한 술 떠 입는다
#시쓰기(자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