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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천영미

매원농장 2024. 4. 24. 07:02

가을비

                           천영미


마당 끝 처마에 오르던
감이 익누나
어느새 갈잎 내려앉더니
문지방에 걸리다가
앞자락에 밟히다
가을비가 처연히 희롱을 한다

귀한 님 발걸음 재촉하듯
감 구르는 소리
떨어져 눕는 문 밖
휘적휘적 걸음만 세인다

가을비 낙수하는 날
담을 넘는 감 잎 떨구어
바람 소리 삼키던
달빛은 어디메 있던가

적막한 세월은
씨줄 날줄 한 올이었는가
국화 향 짙게 베일 때에
고된 그리움
오도 가도 못한
빈 하늘 마중하는
그림자가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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