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천영미
마당 끝 처마에 오르던
감이 익누나
어느새 갈잎 내려앉더니
문지방에 걸리다가
앞자락에 밟히다
가을비가 처연히 희롱을 한다
귀한 님 발걸음 재촉하듯
감 구르는 소리
떨어져 눕는 문 밖
휘적휘적 걸음만 세인다
가을비 낙수하는 날
담을 넘는 감 잎 떨구어
바람 소리 삼키던
달빛은 어디메 있던가
적막한 세월은
씨줄 날줄 한 올이었는가
국화 향 짙게 베일 때에
고된 그리움
오도 가도 못한
빈 하늘 마중하는
그림자가 되었구나
#시쓰기(자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