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도 변한다는 십 년이
넷다섯여섯일곱 번
산천경개 구경이나 가자
어리석은 중생이여
늙고 병들면 못 노나니라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변전소 앞 점심 직전
호박 두 개 따는 중에
갑자기 저쪽에선 소나기가
겁나게 몰려오고
이무기가 승천하는지
한쪽에선 회오리바람이 일었다
순식간 돌풍에 하우스가 무너 졌느니
내 것만 무너지지 않았노라
나무도 뽑히고 가로등도
넘어졌으니
농사짓고 첫 변고라
상추 노균병
장마철에 비바람에
한겨울 찬서리에
이불 덮어 키운 채소
안양 남부시장
대전상회로 실어내고
5년 동안 땅주인과
씨름 다섯 판 번번이 깨지고
땅사땅사야지
이를 악다물고
억억 하는 돈을 지고
셋방살이 면하던 날
기념 이랍시고
한겨울 전국여행이라고
농민동호회 열다섯
친구들 집 팔도강산
김희갑과 황정순처럼
아내와 같이 이 집 저 집 어이사나 구경하고
주는 밥 얻어먹고 자는 잠 재여주고 축산 농가
얼룩소 젖가슴도 만져보고
교회당 목사님께 전국여행
무사 기도 해주시고
유정란 꼬꼬닭 농장에 후끈후끈 방바닥에 후줄근히 재워주고 밤새 내린 눈에
조심조심 다니라며 유정란 판 얹어주며 손흔들어준
후한 인심 농심 이던가
오이 농가 돼지농가 딸기온실 젊은 총각 장가가서 잘 사는지
아 연천 삼총사 엄마 아빠는 잘 있는지 제4땅굴 비무장지대 구경시켜 준 인제 형님댁에 때마침 송아지 순산해 방 안에서 닦아주고 그 형님도 잘 계시는지
안동에서 누런 호박 산더미처럼 따놓고 겨우내 가락시장으로 출하하던 용기 많은 김총각도 장가가서 아들딸 잘 낳고 사는지
세월 흘러 이제는
그때 그 옛날주소 전화번호만
남아있네
모든 것이 첫 경험이라
아무것도 몰랐어
새색시 아프다며 엄마한테
보내놓고 그것이 알라 배 갖고
아픈 거야
그것도 모르는. 바보 철딱서니가
농사짓는다고 짠물 나는
땅 사놓고 감복하여
하늘님 감사합니다
그래도 내 땅이라고
얼싸 좋다 짓고 보자
짓자마자 죽을 고생 살고생
다하고
물이 짜서 농사가 안되니
이사 가라는 영농지도소
죽어도 땅은 못 팔겠다는
나보다 더 철딱서니 없는
찰떡 부부가
침수되는 땅 길 나는 바람에. 흙 받아서 다시 지을제 한겨울 맹추위에 이거 아니면 굶어 죽는 양 우리가 언제 쉬는 날 있던가 걱정 마쇼. 일하다가 죽지는 않을 테니
지성이면 감천이라
그럭저럭 잘될 때는
세상 부럽지 않아
자식새끼 대학 갈 때 돈걱정 하렸더니 하늘이 도우시나
조상님이 도우시나
그때가 허허 돈이 젤루 잘 들어와 비닐하우스 맨흙에서
춤이라도 덩실 출까
폭설이 오면 무너질까
둑방 터지면 물들어올까
태풍 올 때마다 하느님 찾기도 하거니와 성당 갈 시간도 없다
매미에 벌벌 떨고
곤파스에 발발기고
파밤나방에 진딧물에 채소들이 몸살 할 때 모기는 채소밭에 모여 있다 사람 보니 피 빨고
내가 죽인 애벌레는 채소 벌레구멍 나서 못 팔아먹은
복수니라 너 죽고 나살자고
농약치고 살생을 범하였으니
천당 가기는 글렀구나
세월은 청산유수라 잘도
흘러 어머님도 데려가고
아버님도 모셔가고
장인어른도 데려가고
장모님도 모셔가고
가다가다 우리 갈 길만 남았구나
십 년이 넷다섯여섯일곱
칠순이 코앞이네
그놈의 잘난 코~ 보고
콧방귀는 뀌지 마라
인생 백 년이 꿈이로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