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원농장 2024. 6. 28. 11:03

뿌리

등산로에
발길이 십 년 사이
두 배 세배 늘어났나
오르막 내리막
넓어지고 발길도
가지 쳐서 갈래갈래로
흙이 돋아나고
돋아난 흙위로
나무뿌리가 거친
껍질을 조이며
신발밑에 밟히랴
예쁜 맨발에 걸리랴
무슨 말들을 하는 걸까

나무들은 마주 보며
서서 정답게 숨 쉬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뿌리는 숨어서
서로가 부둥켜
얽히고설키어
사랑을 나누노나

억 센 뿌리 가지를 뻗어
산 오르막 쪽으로는
넘어질까
내리막 쪽은 무너질까
곧추 바로 서려고
지탱하는 모습들이
삶의 진배없다

숨은 가지
뿌리들의 깊이는
알 수 없듯이
우리들 삶의 깊이와
얽히고설킨 모양이
산에 사는
나무와 같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