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는 바다를 보러 가네

매원농장 2024. 3. 26. 22:45

무작정 걷고 싶어
내 인생을 바꿔놓은
노래

어느 날
양산 공장  출근길이
내 인생행로를 바꾼 길이
되고 말았다

여름이 따가운 햇살에 얼마나
걸었는지 점심때가 되었으니
강가에 내려가서 모래 얕은 물에 양은도시락 점심을
먹었다

이제 돈도 없고
세상에 나 혼자되었으니
죽든지 살든지 모르겠다
이팔청춘에 세상물정 모르고
이정표 바라보며 남쪽으로만
걸었다

바다를 보고 싶다
아직 한 번도 직접 못 본 바다
남쪽 끝 부산바다 보고 싶다
바다만 보면 된다

해는 어둑어둑 넘어가고
빈도시락은 달랑거리고
뱃속도 달랑거리고
밤이니까 자야 되나
논둑 풀섶에 누우니
밤이슬 내려 안 되겠고
터덜터덜 어둡고 적막한 희끄무레한 길을 걷는데
느린 걸음 보고 뒤따라 오던 한두 살 많아 보인 친구가
말을 붙인다

저녁 못 먹고 지쳐 터덜거리는
날 데려가는 데로 따라갔다
논 가운데 집이 있고 마당에 평상이 있어 거기서 자라고
담요를 갖다 주었다

낫 가는 소리에 잠이 깨어
아직 안갯속인 듯했으나
아침을 주는 데로 받아먹었다
읍내에 막걸리 배달 자전거꾼이 필요하다는데
아니라고
나는 가야 한다고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바다를 볼 거라고

영천에서 아침 걸식을 하고
점심 저녁 굶어 가며 걷고
또 걸어 저녁이 되니 경주에
도착했다
눈에 들어온 이정표에 포항 쪽 바다가 더 가깝다
그래 포항 가서 바다 보면 되지 뭐
경주서 포항은. 비포장 되어
신발에 돌가루가 들어오고
신발 앞이 뚫어졌네
발이 아프니 벗어서 털고
하얀 밤길을 적막하게 걸어도
낮에 굉음을 울리며 지나가던 커다란 차들의 소리가 환청인 듯 들려오고

날이 새도록 걸어
농사일하다 아침을 먹는
농부님들이 야야 와서 밥 좀먹고 가라 일하기 싫어서 집나 왔냐
아니요 아니요
나는 그냥
무작정 걷고 싶어
그리고 바다를 봐야만 해
아무도 몰래
내가 바다가 보고 싶다는 것을
그 누구도 몰라야 되는 거야

포항에 도착하였으나 더 걸을 힘이 없다
잠이 쏟아진다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자는 듯했는데
넘어질 듯하여 깜짝 놀라
깨었다
바다가
바다가 어디 있는 거야
배고파 죽겠네
누구에게 물어볼까
바다를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고
아니 안돼 누구도 내가 바다가 보고 싶다는 것을 알면 안 돼
이건 나만의 비밀이야